겨울 자체 합숙
우리도 ~힐링~이 필요하다!
제갈범진 / 19 /180
제 갈 범 진 : 諸 葛 犯 進 :: 1 8 0 : 7 0 : 1 9 : M
범할 범 나아갈 진
침범하여, 앞으로 나아가리라.
범은.
" 인생사는데 뭐 별거 있나요, 태어났으니까 뒤질때 까지 살아야지. "
손을 뻗어 제 칠흙같이 검은 머리칼을 만지작거린다. 햇빛에 비쳐도 아무런 색이 들지 않은 머리칼은 꽤나 푸석해 보이나 놈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듯 했다, 그저 평생을 그래왔다는듯 습관처럼 제 머리칼을 만지고 헝클이는게 놈의 첫번째 버릇이었다.
허여멀건한, 어쩌면 여자보다 흰 피부에 난 작은 생채기들. 누구에 의해 생긴것인지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잘난 놈의 상판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반창고와 생채기들이 떨어질 날이 없었지만 놈은 제 얼굴의 상처에 대해선 구태여 입을 열지 않았다.
놈의 낯짝은 꽤나 잘난 낯짝으로 묘하게 사람의 눈길을 하나 둘씩 잡아 끌었다. 깊고 검은 눈동자와 특이한 입꼬리, 앞머리에 가려진 진한 눈썹까지, 놈의 상판은 오밀조밀 잘 모여 있으면서 웃을 때에는 계집아이 같이 야살스럽게 웃어보였지만 하나하나 선이 날카로워 타인의 눈으로 볼때 꽤나 사나워 보였고, 차가워 보였다.
놈은 늘 단정했다, 종종 답답하다는 이유로 넥타이는 하지 않았지만 놈의 평균을 웃도는 큰키와 비율은 교내 여자 학우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했다. 큰 키와 더불어 탄탄히 자리잡은 각진 어깨선을 타고 내려오자 손목에는 검은색의 디지털 시계가 원래 제 자리인듯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앞으로.
색이 들지 않은 하얀 오선지와도 같았다.
그저 제 기분내키는대로 행동하고 말하고, 남의 복장을 긁어놓기 쉬운 비꼬는 언행과 높낮이 없이 무뚝뚝한 감정기복이 없는 말투.
그리고 놈은 늘 강자 특유의 오만방자하고 건방진 태도로 일관하며 항상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느릿하고 나태한 말투 때문인지 종종 놈을 우습게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놈이 본성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자연스레 놈에게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말아 놈을 경계했다.
애 정 결 핍
누군가의 애정을 원하는듯 놈은 아직도 아이마냥 누군가의 손길을 받길 원했다.
Etc.
" 그거 알아? 나 귀가 멀어서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몰라 "
1.
1997 . 04 . 08
RH+O
1.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 왼쪽 귀도 난청이 심해 소리에 집중을 해야 일상적인 대화가 조금은 가능해진다. 치료를 통해서 더이상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땐에는 왼쪽귀에 보청기를 차고 돌아다닌다.
1.
귀가 멀었지만 말은 어눌하지 않다, 어느정도 작게나마 들리는 소리와 이미 말을 전부 깨우친 뒤 귀가 멀어버린지라 말을 하는데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때에는 무의식 적으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소리를 듣는다 대화가 어려울 때에는 주로 문자대화를 많이 한다, 늘 주머니에 핸드폰과 메모지 볼펜을 소지해 가지고 다닌다.
1.
갑작스레 누군가가 터치 하는것에 예민하다, 자신에게 누가 다가오는지 몰라 갑작스레 뒤에서 놀래키거나 건드리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욕을한다.
1.
얼음장 같이 손이 차다, 여름엔 그나마 차가운 손 덕분에 더위를 남들보단 덜 타지만 겨울엔 늘 고생이다.
1.
대화를 할때에는 주로 상대의 눈이 아닌 입술을 바라본다, 혹시라도 제가 놓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대화도중에는 늘 상대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1.
답답할때에는 아주 가끔 수화를 사용하기도 한다.
선관.
태 공 명 .
" 응, 나 그새끼 알아요. 그 개같은 새끼 "
범은 놈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물론 처음부터 사이가 틀어진건 아니었다, 단순히 우리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반환점은 나의 귀가 멀어버린 후냐, 아니냐로 갈린다.
귀가 멀어버린게 죄악이라도 되는냥 비꼬며 시비를 거는 말투부터 놈의 눈, 걸음걸이, 손짓 하나하나 까지. 굳이 저에게 이렇게 까지 시비를 거는 이유가 제 동생과 낯짝이 닮았다는 어이없는 이유 덕분일까, 그래서 나는 놈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짜증이 치밀었고 혐오스러웠다.
그 리 고
어느순간 놈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것도 쥐도새도 모르게. 그리고 그 재수없는 낯짝을 들이민건 1년 후 지금. 놈은 1년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건방지고 오만방자한 태도로 똘똘 뭉쳐져 내 눈앞에 나타났다.
